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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더 글로리 시즌1에 대한 호평과 혹평

by 『Moongchiⓝⓔⓦⓢ』 2023. 3. 14.

 

호평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게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다. 주인공인 문동은의 아픔에 집중하고 가해자들에게 변명의 여지조차 주지 않겠다는 직선 주로 같은 흐름으로 충격적인 이야기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며 화제성과 재미 두 가지 모두를 잡는 노련함이 엿보인다. 언어유희를 이용한다거나, 참신한 비유를 사용하는 등 인물의 특징과 심리를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대사만큼은 이제 극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대사발로 인해 호불호가 극심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어느 정도 조절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작들이 대사나 감정선이 과잉되어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최대한 인물의 감정선에 맞춰 대사가 나오는 편. 상당히 괜찮으면서 전혀 오그라들지 않는 명대사들이 심심찮게 보이는가 하면, 작중 문동은의 말발은 작위적이지 않게 통쾌하기까지 하다. 물론 맥락에 안 맞는 듯한 대사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 부분을 빼면 아예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대사들은 많지 않다.

글발로는 업계 톱을 달리는 작가답게 이번에도 쉴새 없이 몰아붙이는 전개가 일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 앉은자리에서 쉴 새 없이 8화를 연속해서 봤다는 인증글과 댓글들이 커뮤니티마다 올라올 정도로 낭비되거나 쉬어가는 회차가 없다. # 오히려 파트를 나눠서 공개하는 것이 아쉽다고 지적하는 의견들도 많을 정도로 장르물 측면에서 호응을 얻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출중하다. 다른 건 다 비판해도 배우들의 연기력은 하나같이 칭찬 일색. 재밌게도 본 작품에서 기존에 맡아오던 역할의 이미지를 박살내고 스펙트럼을 넓히게 된 수혜자들이 많다. 선한 역을 맡아오던 송혜교와 임지연은 각자 독기 품은 주인공과 악랄한 악역을, 모범생 역할을 소화했던 신예은은 메인 악역 박연진의 학창 시절 일진 모습을, 메이퀸 - 기황후 - 기생충 등 금수저 아가씨 역을 자주 맡았던 정지소는 흙수저에다 비참한 폭력의 피해자 역을, 이전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모성애 넘치는 탈북민으로 나왔던 김히어라 역시 정반대의 쓰레기 캐릭터를 맡았는데도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주인공 역의 송혜교는 나약한 범죄의 피해자로 남는 것을 거부하고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시종일관 무덤덤하지만 내면은 분노로 가득 찬 문동은 역을 잘 소화했다. 특히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갑지만, 그 안에 뜨거운 적의를 감춘 발성 연기는 멜로에 치중했던 지난 작품 속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훌륭하다.

더욱이, 정지소는 송혜교의 아역으로 출연하고 그 분량 역시 다소 적으나, 공포에 질린 연기 및 복수의 감정을 가히 압도적이고 폭발적으로 연기해내고 있다는 평이 다수다.

악역인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은 이제껏 수동적이고 선한 역할만 맡았지만, 이 작품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 풍성한 표정으로 탁월한 교본 같은 연기를 하면서도, 분노로 일그러진 모습이나 고함을 지를 때의 강렬함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만의 색다른 인상을 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이전에는 연기력 논란이 심했던 배우이니만큼 도대체 왜 지금껏 이런 역할을 맡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작에서 단언 최고의 연기라는 평가다.

더불어서 박연진의 아역을 연기한 신예은의 연기 또한 상당히 호평을 받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상반되는 악하기 그지없는 박연진의 캐릭터성을 잘 소화했으며, 선역만 맡았던 신예은의 연기 경력에서 첫 악역이라는 새로운 면모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신예은 연기 경력 중 최고의 연기라는 평이 우세다.

그 밖에도 이도현, 염혜란, 박성훈, 김히어라, 차주영, 김건우, 정성일 등 뛰어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영상미 역시 훌륭하다. 절제된 색감의 빛을 사용하면서도 적절한 시인성과 극에 어울리는 메마른 느낌을 주고, 인물에 심리에 따라 명도를 조절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학교폭력 장면 역시 1화에 시간순으로 배치해서 스토리를 늘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호흡을 이용해 플래시백처럼 산개시키는 형태로 반영하고 있다. 호평을 받는 부분 중 하나는 직접적으로 피해자가 당하는 장면을 노출시키기보다는, '이런 행동을 당했다'는 암시만 주고 넘어간다는 것. 상업작품의 특성상 학교폭력 피해자의 경험을 흥행에 사용한다는 비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소위 고문 포르노로 불리는 작품들처럼 피해자가 고통받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전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성인이 되어서도 피해자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장면, 가해자를 마주하기 전 무의식 중에 화상 흉터를 긁는 장면을 삽입해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바둑을 주요 소재로 사용한 점도 본작이 차별화되는 요소인데, 건축가가 꿈이었던 동은이 대신 집을 짓는 바둑을 두게 되었다는 상징성에서 시작해, 등장인물들이 두는 기보 역시 향후 전개를 보여주는 복선 역할을 하고 있다.

 

혹평

 

복수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클리셰가 많을 수밖에 없고, 쾌감을 선사할 결말의 비중이 크기에 어느 정도 일정한 양식에 따르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초반부와 후반부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인물과 사건들 간의 연결성, 지적 유희를 불러일으키는 치밀한 계획 등 과정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는데, 훌륭했던 드라마적인 요소에 비해 서사의 완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반부에서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저력에 비해 중후반부의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장면이 보인다. 특히 후반부 재준의 딸을 향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과 소유욕은 드라마에서의 묘사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로 이어지는 친부인 도영과의 마찰 역시, 한국 드라마가 관습적으로 사용하던 소재인 출생의 비밀과 친, 생부모의 대립의 연장선으로 이런 류의 작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준다. 정보를 획득하고 지적인 판단력으로 살벌한 심리전을 벌이는 게임을 기대한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중반부터 통속극으로 변해버린 이야기에 실망할 여지가 있다.

악역 캐릭터의 활용이 참신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소 관습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김은숙 작가의 지난 작품들에도 지적받은 문제인데, 동정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고 극악한 인간들을 악인화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무능한 모습만을 부각하여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동은이 자신들에게 복수를 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4명의 친구들은 끊임없이 반목하며, 현재 상황을 벗어날 생각 이외에는 어떤 계획 혹은 반격의 의지도 갖지 않는다.

연출에 관한 비판도 있다. 주로 동은이 학대당하는 장면을 이렇게 강하게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문에 관한 것으로, 몇몇 학교폭력에 관한 영화들 역시 단순히 자극성에 중점을 두어 이목을 끌려고 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복수의 당위를 부여하는 사건이 분명 필요하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의 학대 장면은 지나치게 적나라하다. 폭력의 강도가 높고, 자극적일수록 관객들은 동은을 향한 동정심과 가해자들을 향한 증오를 가지기 쉬워지며, 이때 폭력은 철저히 극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로만 활용된다. 이런 접근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이 작품의 주제가 한 사람의 영혼까지 파괴시킬 만큼 사악한 폭력에 대한 경계, 혹은 위험이라는 것이다. 결국 작품 내에서 악에 해당하는 것이 학교 폭력이며,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주제일 텐데, 정작 드라마는 폭력 장면을 그것도 한 번이 아닌, 플래시백으로 여러 번 등장시켜 단순히 극적인 효과를 배가시키는 장치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악마를 보았다, 친절한 금자씨 등 가뜩이나 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폭력성을 부각하는 점이 바로 피해자 시점으로 피해자가 고통받는 장면을 길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불쾌한 경험을 강요한다는 점인데 더 글로리 역시 그런 연출을 택하며 시청자에게 불쾌한 경험을 제공한다. 미드나 해외 드라마에선 R등급이라도 미성년자 대상의 범죄 장면은 화면을 암 전하고 소리만 들려준다던가 암시적인 장면만 보여주고 실제 범행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데 더 글로리에선 고데기 고문과 화상 자국, 입막음 키스, 젖은 브래지어 노출 등 청소년 대상의 폭력과 성범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90년대식 자극적인 연출로 인해 불편하다는 시청자 의견이 많다.

피해자의 고통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현실의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좀 더 간접적으로 폭력을 표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다.

쇼트와 쇼트 사이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 동은과 연진이 교실에서 만나 소리치는 장면에서 어색하게 이어붙인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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