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민등록증도 여권과 같이 유효기간을 둬 일정 기한이 경과하면 재발급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각기 다른 신분증의 규격과 보안 요소는 통일하도록 '공통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발급이 저조한 청소년증을 없애고 주민등록증으로의 통합도 검토한다.
19일 당국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제안한 이같은 내용의 '신원인증체계 개편방안 연구' 결과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이 연구는 행안부의 의뢰로 과학기술원이 지난해 10월17일부터 12월 20일까지 2개월여간 진행해 도출해 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31개국이 국가신분증 제도를 운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시간 경과 및 의학 발전 등에 따른 개인의 외모 변화를 반영하고 위·변조를 방지할 목적으로 유효기간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등록증은 한 번 발급 받으면 분실·훼손되거나 별도 요청이 없는 이상 갱신 및 재발급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운전면허증은 10년, 여권은 기본 10년(병역 미필자·18~37세는 5년) 이내로 각각 유효기간을 둬 만료 시 반드시 갱신해 재발급받도록 하고 있다.
행안부는 발급일자와 함께 유효기간을 기재해 개인정보를 주기적으로 갱신하도록 하되, 사진 촬영과 재발급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그 주기를 얼마나 설정할지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인 식별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긴 하나 내부적으로도 난색을 표해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신분증의 보안성·신뢰성 강화란 세계적 추세에 맞춰 유효기간을 정하는 방안을 좀 더 협의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향후 다가올 디지털 전환과 다양한 신원인증체계에 대비해 신분증별로 서로 다른 규격과 보안 요소를 일치시키는 공통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 이는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리얼 아이디 법(REAL ID Act)'을 만들어 주별로 상이한 국가신분증 정보와 양식을 표준화한 미국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원 측은 신분증 규격 표준을 가로 85.60㎜, 세로 53.98㎜, 두께 0.76㎜로 제시했다. 사진은 가로 2.72㎝, 세로 3.5㎝ 크기로 신분증 전면의 왼쪽에 배치해 전자칩 삽입 시 중첩되지 않도록 했다.
특히 신분증에 필수적으로 수록해야 할 정보로 사진, 성명, 성별만 기재해도록 했다. 생년월일과 출생지, 주소, 생체정보(지문, 신장, 눈색, 혈액형 등), 유효기간, 발급일자, 발급기관, 서명 등은 선택적으로 담도록 했다.
아울러 신원 확인의 용도로 사용되지만 발급 실적이 저조한 청소년증을 주민등록증과 통합시켜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청소년증은 지난 2004년 처음 발급 시작돼 2020년 기준 청소년 인구 854만2000명 중 2.14%인 18만 2644건만 발급됐을 뿐이다.
단, 과학기술원 측은 성인과 청소년 간 주민등록증에 차이를 두지 않으면 혼란을 유발할 수 있어 색상을 달리 하거나 별도의 표기를 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등록증과 청소년증의 통합은 신분증 표준 제정 및 법·규정상 저촉 또는 상치되는 내용을 발굴하는 현 단계에서 포괄적으로 협의 중인 사안들"이라며 "아직은 관계부처 의견을 듣고 방향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으로 확정적이진 않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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