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하는 일은?
공무원이 하는 일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나랏일, 정확히는 국가의 행정 분야 업무를 맡아하는 사람들이 바로 공무원들이다. 나랏일이 개인의 선에서 해결을 할 수 없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자. 요컨대 국방/전쟁이나 재난재해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차원의 문제이다. 설사 주변 사람들과 협동해 자율조직을 꾸린다면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국가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뿐더러 효과 역시 국가의 그것에 비해 좋지 못하다.
범죄를 수사하거나 범죄자를 검거하여 처벌하는 것, 개인 간의 갈등이나 충돌을 중재하거나 결정하는 것 역시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오히려 이를 개인에게 해결케 하면 그것대로의 부조리가 발생하게 된다. 그 밖에 공공이 사용하는 도로, 수도 등의 시설을 갖춰 정비하는 역할이나 교육, 각종 사회보험을 제공하는 것 역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주택과 건물을 공급하는 것 역시 개인에게 맡길 시엔 환경이 파괴된다던지, 안전하지 못한 건축물을 시공한다던지, 조망권이 침해당하거나 항로 확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대통령부터 9급 공무원, 심지어는 이등병부터 병장, 사회복무요원 등까지의 장병 모두 이러한 개인 차원에서 제공하거나 실시하는 것이 곤란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즐겁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일조하는 셈인 거다. 따라서 공무원이라면 국가와 사회의 유지를 위해, 국민 안전과 복리 증진을 위해 일하는 만큼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일반적으로 기업과 그 아래에서 일하는 직장인, 그리고 자영업은 '이윤'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잡고 일한다. 또한 그들은 그렇게 낸 이윤으로 세금을 내거나 하청업체, 협력사에 일을 주거나 받으며 사회의 돈을 순환시키는 등의 일도 덤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공무원은 정반대로 금전적 이익을 보는 집단이 아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오히려 돈을, 그것도 세금으로 쓰기만 하는 집단이다. 특히 군대의 경우 "모든 활동이 소비로만 이어지며 돈을 벌어오지는 못하는 집단이다"라는 말과 함께 군대를 축소시키거나 없애자는 주장도 한 때 나돌았다. 특히 공무원을 욕하는 진상의 단골 멘트 중 하나가 "내 세금으로 니 월급 주는데"이니 말 다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가치는 당연히 일반적인 기업처럼 이윤을 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공무원이란 나라의 행정과 치안 그 자체를 맡는 것으로써 이들이 없다면 이윤이고 자시고 나라 자체가 마비된다. 간단하게 대표적인 공무원인 소방공무원과 경찰공무원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비유하자면 이윤 이전에 생각할 것도 없이 들어둬야 하는 필수적인 보험, 혹은 누구나 돈 주고 사는 의식주/생필품 같은 개념인 것이다.
민영화 항목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IMF 시절과 그 이전에 대한민국은 한차례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을 대거 민영화한 사례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민영화를 통해 정부지출을 줄이고 공공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한 효과도 존재하였으나, 부작용 역시 만만찮게 존재하였다. 민영화로 인하여 오히려 민영화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던가, 민영화로 인하여 공공성이 상실되었다는 게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또한, 공공서비스를 공급함에 있어 완전 경쟁시장을 갖게 될 경우 공공서비스 전반의 질적 개선이나 공공서비스 제공 효율 개선을 꾀할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공서비스 제공에 대한 폭리를 취하며 오히려 질적 저하가 발생한다.
게다가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기 위해서는 운영주체가 해당 공공기관을 인수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며 수익성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우체국 같은 경우 이미 전국적으로 방대한 조직을 갖게 되어 일단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이런 조직을 인수할 민간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공공기관이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진 않기 때문에 안 그래도 자체 적자가 존재하는데 민간주체더러 인수받으라는 건 말 그대로 적자 다 떠 앉고 부도 되란 얘기랑 같다. 그 옛날 대한항공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조양호 형제가 경기를 일으켰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까놓고 대한항공이 대표 국적기인 데다 고급화된 이미지를 구축한 데 성공했기 때문에 그나마 그걸로 먹고 산 거지 민영화된 공기업들이나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한 각종 인프라들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실태들을 자세히 살펴보자. 생각보다 적자와 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되거나 자본잠식된 기업이 굉장히 많다. 결국 민영화 문제는 사실상 공공서비스에 대한 비용부담 주체가 납세자에서 해당 공공서비스의 소비자로 넘어가는 것에 불과한 데다 경우에 따라서 민영화는 일반 대중이 생각한 결과가 아닌 오히려 각종 부작용과 국민들에 대한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공무원은 행정업무와 민원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어떤 유형이고, 몇 급이나에 따라서 해야 할 일도 달라지겠지만, 웬만해선 자신이 선택한 유형에 부합한 일을 하게 된다.
공무원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하므로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게 일처리가 상당히 경직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일을 유연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다르게 본다면 민원인이 누구냐에 따라 차별적으로 일처리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업무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는 공무원은 국민 입장에선 다소 답답하게 보이더라도 다소 경직적으로 일처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즉 공무원을 비판할 때 유연하지 않은 일처리를 이유로 비판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감시 없이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주게 되면 월권행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적이나 성과가 기업처럼 돈의 형태로 드러나는 게 아니고 인사고과가 상의하달식이다 보니, 쓸모없는 것을 위에다 보여줄 목적으로 하는 전시행정 문제도 있다. 그래서 사기업보다 공무원에서의 괘씸죄를 조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역대 '탁상행정' 사례 모음
놀고먹는 한가한 공무원 이미지와 정반대로 업무량이 많은 공무원도 있다. 본청은 직렬 불문하고 어지간한 대기업 수준으로 업무량이 많다. 특히 세종시에 위치한 중앙부처의 경우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유명한데 1인의 매달 초과근무(야근으로만!)가 60시간이 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여겨진다. 법정으로 정해진 초과근무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라 오히려 국가에서 초과근무수당을 떼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지자 아예 초과근무 한도를 늘리는 협상안이 타결되었다.
2017년에 자살한 서울시청의 시장 직속 대변인 소속의 모 남성 5급 공무원은 한 달 동안 초과근무만 170시간을 했다. 반대로 지방청이나 행정복지센터, 사업소 같은 규모가 작은 정부기관들은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들 역시 월 초과근무 한도 시간에서 오버되어 무급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도 꽤 흔하다. 사기업 직원들이나 자영업자들이 흔히 놀리는 공무원은 지방의 읍면동 등 업무량이 적어서 칼퇴가 가능한 곳에서나 간혹 보이는 일이다.
공무원 직업의 장점
첫 번째로, 신분이 확실하게 보장된다.
괜히 공무원의 별칭이 철밥통이 아니다. 일단 공무원은 업무 실적 부진 등으로 해고를 당할 일이 절대 없는 매우 안정적인 직업이다.
사기업 직원들이 통상적으로 나이 50대도 못 되어 성과 관련 문제나 해고 등의 압박에 시달릴 때, 공무원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는 이상 적어도 잘릴 위험은 절대로 없다. 이는 공무원 최고의 장점이며, 경제 불황 이후 공무원이 최고의 인기 직장이 된 가장 큰 이유이다. 국가 몰락 일보 직전이 아닌 한 이 신분은 무조건 보장된다. 해고가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나 자영업의 경우 상황 따라 수입이 들락날락하거나, 일감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속속들이 나오는 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매달 정해진 월급이 보장되는 공무원은 그야말로 철밥통 그 자체.
더욱이 신분안전성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기업에서 겪게 되는 동료와의 실적경쟁 없이 9급으로 시작해 근속연수만 채운다면 어지간해서는 6급까지는 달고 은퇴하기에 만년과장/만년계장/만년대리 같은 불명예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조기진급이라거나 승진시험을 치는 경우는 TO가 정해져 있어 경쟁을 해서 몇 명은 승진을 못 할 수도 있으나, 이건 빠르게 승진하는 것이고 근속연수에 따른 자동 승진 시스템인 근속승진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싫은 사람은 가만히만 있어도 신분은 물론 승진까지 보장되는 공무원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단, 당연하지만 이 모든 내용은 음주운전, 뇌물수수 등 범죄와 같은 대형사고를 친 경우엔 예외. 이 경우엔 심하면 파직, 혹은 공무원 신분은 유지되더라도 지방의 한직으로 발령나 사실상 나가라는 것과 다름없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임금 체불 문제가 없다.
사실 공무원뿐 아니라 원래 모든 직장들은 임금 체불 문제가 일절 없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게 되면서, 상당수의 직장에서 임금 체불이 발생하곤 한다. 반면 공무원은 고용주가 국가이기 때문에, 임금 체불 문제가 없다. 임금과 비슷하게 초과근무, 출장 등 각종 수당도 법에 명시된 대로 명확하게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을 포함해 정상적인 국가라면 공무원의 봉급을 제대로 챙겨주고 있으며, 공무원 임금이 체불될 정도라면 그 나라는 멸망 직전의 파탄 국가일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로, 각종 복지 혜택이 있다.
공무원은 각종 복지 혜택을 받기 좋은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공무원 전용 아파트 구매, 각종 편의시설 할인, 복지 포인트 등의 혜택이 있으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사기업의 복지가 더 나은 경우도 있으나, 출산/육아 휴직 사용 등 비물질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공무원만 한 직업이 없다. 이는 정부에서 공무원들을 특별히 편애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의식주를 보장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억제하고 정치적/경제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직업과 봉급에 대한 안정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신용 등급이 높아 대출이 상당히 잘 되는 장점도 있다.
네 번째로, 공무원연금의 혜택을 받아 노후가 비교적 안정적이다.
비록 공무원연금은 수차례 개정을 당한 탓에 예전만큼 덜 내고 더 받는 시스템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민 연금에 비해 많이 받는다. 1990년대생 출생자들 이후로는 현재의 연금 고갈 속도로 추측할 때 국민 연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라리 최소 130만 원 이상은 무조건 받는 공무원 연금이 훨씬 낫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부분은 향후 연금개혁 등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확실한 장점이라 말하긴 어려운 부분도 존재한다.
사실 2022년 현재도 기여율 대비 지급률은 국민연금이 높고, 연금의 혜택이 많던 과거에 도입된 여러 제도적 제약이 2016년 연금 개혁 이후로도 남아 있어 공무원 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못하다는 시각도 공무원 사이에 있다고 한다. 기자들이 이런 소리를 하면 국민연금보다 훨씬 오래, 많이 내고 약간 더 많이 받는 체계인데 약간 더 많이 받는 점과 연금 개혁 이전의 혜택을 입은 나이 든 공무원만 부각해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기자들이 있다며 불만의 여론도 크다.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공무원연금은 단지 공무원연금법이란 특별법의 적용을 받는 직장연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 국민이 받는 국민연금에 비해서 기여분과 지급분이 국민연금의 그것보다 클 수밖에 없다. 그냥 많이 떼는 대신 많이 돌려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과 사기업 내에서 직원 상대로 운영하는 민영연금을 합쳐놓고 법제화시킨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국민연금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 형평성을 논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대신 국가가 지급을 담보하는 거니 사기업 내 직원을 상대로 운영하는 민영연금에 비해서 안정성은 높다. 뭣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엔 공무원 내에서도 금액을 국민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바꾼 뒤 기여금을 덜 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오는 편.
종합적으로, 공무원은 안정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공무원 직업의 단점
거의 대부분의 문제가 낮은 임금에서 기인한다.
첫 번째로, 업무 난이도에 비해 낮은 임금에 시달린다.
공무원은 본봉이 적은 대신, 조출·야근 수당 등을 법적으로 정해진 만큼 정직하게 받을 수 있다. 이는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시간 외 근무에 별 욕심이 없는 경우 단점이 된다. 공무원노조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대기업의 경우 45세~50세 이전에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승진이 늦지 않는 한 공무원보다 많이 벌어간다. 공무원이란 조직 자체가 기본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안 받고 신분, 정년, 연금 등이 보장되는 대신에 이러한 페널티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에 공무원이라고 하면 서류 작업하는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으나 공무원은 마치 자영업자라는 단어처럼 하나의 큰 분류이기 때문에, 직렬이 상당히 다양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대기업 뺨치는 초봉을 받아갈 수도 있다. 동사무소에서 일하는 9급이 월 200만 원을 겨우 받아갈 때 배 타는 해경은 기본급은 같으나 압도적인 수당으로 2.5배가량의 대기업급 실수령액을 가져갈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 하는 일이 힘들어서 하려는 사람이 적은 것은 감안해야 한다.
두 번째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을 자랑한다.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방대하고 근무 인원들이 많은 대기업의 경우도 보수적이고 폐쇄적이긴 하지만, 공무원은 그보다 한 술 더 뜬다. 사기업의 경우 어느 사업이 흥하고 어느 사업이 망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보수적인 기업이라도 어느 정도 유연한 경영을 해야 하지만,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게다가 사기업은 실적이 떨어지는 사람이면 해고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지만, 공무원들은 범죄를 저질러 빨간 줄이 그일 정도의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해고가 불가능하다.
좀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안 잘리지만 저 새끼도 안 잘린다. 이렇다 보니 군대 이상의 온갖 부조리가 횡행하게 되며 상명하복과 복지부동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다. 그나마 국가직은 전국 단위로 물갈이되니 연고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발령이 나면 문화가 많이 바뀔 수 있지만, 지방직은 아예 때려치우거나 인사교류로 도망가지 않는 한 같은 기관에서 같은 사람을 봐야 한다. 지방에 따라 연고자들의 텃세로 따돌림과 부조리가 일어나기도 하고, 기관장을 포함한 직장상사들의 갑질, 잦은 회식(대표적으로 술잔 돌리기) 등 별 희한한 문화가 남아있는 경우도 많다.
세 번째로, 임금에 비해 업무량이 매우 많다.
흔히 공무원 하면 정시에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꿀 빨다가 정시에 퇴근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상당수의 공무원들이 과로에 시달리곤 한다. 흔히 생각하는 꿀 빠는 공무원들은 공무직 혹은 일부 한직 정도만 해당되고, 기초자치단체 본청(시청, 군청, 구청) 급만 넘어가도 월 최대 초과근무 시간인 57시간으로는 업무 처리가 불가능해서 몰래 초과근무를 하는 케이스가 차고 넘친다. 광역자치단체 본청(도청, 특별시청, 광역시청) 급만 가도 이런 케이스가 절대 드물지 않으며, 각종 정부부처 등 최상급 기관으로 넘어가면 아예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는 게 나은 부서도 있다. 이런 곳으로 넘어오는 민원은 밑에서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롭거나 악질적인 경우가 많아 민원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기초자치단체(읍, 면, 동) 행정복지센터 같은 하급 기관이라고 해서 마냥 편한 것도 아니다. 이 쪽도 야근이 있는 건 당연하고, 민원 최전선이다 보니 당연히 수많은 민원에 시달리며, 자연재해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그게 오밤중이건 명절 휴일이건 간에 1시간 이내로 출근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일부러 명절 연휴에 휴가를 쓰고 비상소집을 피하려는 공무원들도 있을 지경이다.
네 번째로, 초과근무 수당 상한선이 제한된다.
공무원의 초과근무에는 몇 가지 제한이 있다. 먼저,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수당이 지급되며 그 이상 초과근무를 해도 4시간까지만 수당을 받는다. 두 번째로, 초과근무 시간 중 1시간은 식사 시간으로 취급해 초과근무 시간에서 제외된다. 마지막으로, 1개월에 최대 57시간까지만 초과근무를 할 수 있다. 그 이상 근무하지 말리는 뜻이 아니라 그 이상 근무하면 돈을 안 준다. 이렇게 제한은 빡빡한 데 비해 근무량은 많기 때문에, 상당수의 직원이 57시간보다 더 일해 무료봉사를 하게 된다. 심지어 기관마다 부서별 초과근무 총량제를 걸거나 일정 시간 초과근무자의 경우 업무부담 문제로 부서장이 면담하거나 상급기관에 보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각종 비용을 사비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실 공무원이 규정에 따라 급여와 수당을 받을 수는 있으며 사실 업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지출한 돈을 실비변상하기도 한다. 문제가 비용 실비변상의 경우 요건과 한도가 까다롭다던가 경제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공무원이 업무를 위해 최소 지출해야 할 비용에 미달하여 변상 한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외에 초과근무를 하거나 당직 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근무 시간 중에 특근매식을 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구내식당이 있는 경우라도 그 시간 동안엔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특근매식이라는 제도가 등장하거나 변상 한도가 정해진 시점은 이미 오래전인데 반해 그동안의 물가상승분을 반영하질 못해 식사비 일부를 사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인당 특근매식 한도가 7,000원이라고 할 때 그나마 만만할 백반집 같은 곳도 9,000원 이상을 받는 데다 배달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배달료까지 따로 계산한다. 이 시점에서 이미 최소 2,000원 이상은 개인이 부담을 하는 문제가 생긴다. 차라리 2명 시킬 것을 1명 분만시키고 다른 메뉴를 시켜 반 씩 나눠 먹는 방법이 있기도 하겠지만, 애초에 일 때문에 회사에 남아야 할 사람에게 인근 물가에 한참 못 미치는 한도로 지원한 뒤 초과분은 개인적으로 부담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부조리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기관에 따라서 식비를 지출하는 업종 역시 한정한다는 점도 문제다.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남아서 일하고 당직 선다고 생각해서 식대 지원하는 것으로도 감지덕지지 먹고 싶은 것까지 다 맞춰줘야 하냐고 하겠지만 애초에 예산에서 정당한 이유로 지원하는 돈에서 뭘 먹고 싶은지는 개인이 정하는 것이다. 또한 직무상 출장을 나가야 해서 숙박비를 지원받는 경우에도 호텔&모텔 등의 장소는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호텔&모텔 외 인근 숙박업소가 없어 실비변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출장 기간이 1~2번이거나 단기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장기간의 출장에서 이러한 비용이 제대로 보상되지 않는다면 담당 공무원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섯 번째로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굉장히 나쁘다는 점이다.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으로는
(1) 국민들의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직권을 남용해 국민들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사람들
(2) 특정인으로부터 뇌물이나 부당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처리하는 사람들
(3) 자신들이 정당하게 행사한 권리나 제기한 민원을 자기 입맛이나 행정편의만을 생각하고 멋대로 묵살하거나 대강대강 처리하는 사람들
(4) 새로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국가기능만을 유지하는 비경제적인 조직
(5) 직무를 잘하고 못하고에 대한 내부평가나 신상필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자체적인 혁신이나 개선이 없는 없는 조직 등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이런 인식이 고착화된 데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2023년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부정부패 때문에 나락에 떨어진 인식, 그로 인한 피해를 현재 한창 노예처럼 일하는 하급 공무원들이 고스란히 받게 되는 것은 억울할 일이다. 특히 공무원에 대한 외부감시와 내부통제의 필요성이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다 보니 (1)과 같은 사례는 정말로 과잉수사나 과잉진압이 아니고서 찾기 어려워진 데다, (2)의 경우 역시 보기 어려워졌으며 (3)이나 (5)의 경우 역시 정말 내일모레 퇴직할 사람이 아니고선 이렇게 행동하는 공무원이 거의 없다. 있다손 치더라도 그거대로 그냥 제대로 민원 한 번 세게 갈기면 바로 감사와 징계절차 착수할 수 있고 동료평가나 감사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닐 날 많은 공무원들은 이렇게 하려야 할 수가 없다.
게다가 현재 공직사회에 입직하는 공무원들은 이런 부패한 공직문화와 무관한 사람들이 많을뿐더러 오히려 이러한 부패한 공직문화에 상처받거나 피해를 입은 데에 따른 보상심리로 더욱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려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런 공무원들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부패하거나 비합리적인 행정관행과 조직문화에 대해 정당하게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급 공무원으로 입직해 실무를 담당할 공무원들이 현장의 애로사항과 개선점을 제기해도 공직사회에서는 이것이 반영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이다. 가뜩이나 객관적인 성과평가나 신상필벌이 힘든 데다 혁신과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하다시피 하는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직장문화에 박봉과 불확실해진 공무원 연금까지 감내해 가며 회사생활을 할 공무원은 없다.
종합적으로, 공무원은 하는 일에 비해 금전적 보상이 매우 적고, 사회적 인식도 좋다고 보기 힘들어 2023년도 현재는 기피직업으로 뽑힐 정도이다.
2023년에 하위공무원의 저 호봉 기본급을 최대 5%로 대폭 인상하였으나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무원을 미래 진로로 생각하거나 입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고도의 고용안정성과 낮은 내부 경쟁, 사무직으로서 안락하고 편안한 직장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하고 그릇된 환상만 갖지 말고, 신중히 선택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2023년 현재는 지원율이 낮아서 티오가 줄어드는 것만 해도 벅찬데 심지어 이를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중년 공무원들도 많아지고 있어 개인당 업무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장점을 꼽자면 공무원의 경우, 큰 성과를 요구하지는 않는 대신 잘려서 밥 굶을 걱정은 면한다고 생각하면 속이 편할 것이다.
현재는 절대로 안정성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직업이며,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등 다른 직업적 가치를 가진 사람만이 입직할 수 있다. 요컨대 특정 직렬의 경우에는 일정 근무기간을 경과하면 전문직 시험의 일부 과목이나 단계를 면제하기도 하므로 이 점도 고려해서 직렬을 선택하거나 인생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특히 그 자격의 평균 수입이나 연봉이 좋은 편인 경우에는 적당히 경력과 인맥만 쌓아둔 뒤 자격을 취득하고 퇴직할 수도 있다. 대신 이 경우에는 전문자격을 가진 자영업자로 전직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마인드를 갖고 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퇴직공무원들은 자영업과 잘 안 맞는 경우가 많고 사기당할 위험도 크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하고 임할 필요가 있다.
전술한 내용과 같은 맥락이지만 특히 국가공무원은 본가와 멀리 떨어지는 곳에 발령받는 경우도 왕왕 있다. 요컨대 부산이나 대구 사람이 국가직 공채에 합격했는데 발령받는 곳이 서울이나 대전이라고 가정해 보자. 개중에는 관사 등을 지원한다든지 교통비를 보조해 주는 경우도 있을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고려해서 지출계획을 세울 필요도 있다. 그럭저럭 살만한 원룸 하나가 월 60~70만 원을 오갈 정도로 타지에서의 주거비용은 살인적이다. 이 밖에 자차가 있는 경우 차 할부금, 기름값, 각종 유지비, 보험료 등의 비용도 고려해야 하고 음식을 직접 해 먹든지 바깥에서 시켜 먹거나 사 먹거나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돈이 많이 깨진다. 이렇다 보니 결혼식 같은 큰 행사가 있으면 오히려 마이너스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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