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위한 조언
불면증을 고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몇몇 방법이 실패한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고, 자기한테 잘 맞는 방법을 찾아보는 편이 좋다.
'자는 시간 8시간 고정'보다는 오히려 깨어나는 시간을 고정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잠 시간이 점점 뒤로 밀리는 현상이 생긴다. 잘 시간 이외에는 잠에 들지 않도록 하며, 일어날 시간이 되면 잠을 몇 시간을 잤건 심지어 아예 자지 못했건 무조건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잠이 안 와도 억지로 누워서 잠이 오길 기다릴 필요도 없다. 잠에 지나친 강박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것도 하지 않는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자. 잠을 꼭 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보다는 그냥 누워서 쉰다고 생각하자. 어찌 보면 잠은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휴식의 일종이다. 그냥 누워서 눈을 감으면 심각한 불면증이 아닌 이상 최소한 2~3시간 이상이나마 잠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만약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해도, 그냥 누워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 것만으로도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같은 경우는 정말 희귀한 유전병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한국 내엔 존재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다.
불면증일 때는 부상이나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불면증 환자는 기절이라도 하지 않는 한 통증에 적응한다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수면을 통해 통증에 적응해야 하는데, 수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통증이 24시간 몇 날 며칠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흔히 의사들이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거다 라는식으로 말하는 이유가 이런 경우고, 수면제를 처방만 받아놓고 안 먹는 게 좋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아플 때 잠 좀 못 자는 것과 아플 때 잠을 못 자는 건 천지차이다. 그러니 평소에는 그냥 수면제를 처방만 받고 멀리해 내성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아플 때만 미리 쟁여놓은 수면제를 찾는 게 좋다.
자기 전엔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영화 시청 등 자극적인 컨텐츠를 소모하는 일은 자제하는 게 좋다. 잠들기 전에 정 밀린 업무나 메일 확인 때문에 휴대전화나 컴퓨터 스크린을 봐야 하는 경우라면 청색조명을 낮출 수 있게 야간용 황색 조명으로 바꾸도록 하자. 휴대전화 세팅에 들어가서 저녁이 되면 황색조명으로 바뀌도록 타이머를 맞춰 놓거나 자기 전에는 황색 렌즈가 들어간 안경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독서를 하거나, 일기를 쓰거나, 가벼운 스트레칭 등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도 추천.
잠옷인 반팔 체육복&반바지 체육복을 입고 코브라 자세, 메뚜기 자세, 활 자세 위주로 요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가를 하면 뻐근한 몸이 제대로 풀어지게 되고 더불어 불면증도 어느 정도 해소돼 잠이 잘 온다. 추가로 잠옷인 반팔 체육복&반바지 체육복을 입고 자면 시원하기도 하고.
같이 침대를 공유하는 파트너나 배우자가 코골이가 너무 심해서 짐을 설친다면 이비인후과에 가서 귀 모양에 맞게 몰딩해주는 실리콘 귀마개를 쓰거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구매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헤드폰은 머리 옆으로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너무 커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기 힘드므로 (밤새 머리 자세 고정) 이어 버드를 수면 중 장시간 들어 귀 상하지 않도록 들릴락 말락 최소볼륨으로 해놓을 것을 추천한다. #
남녀노소 불문하고 본의 아니게 다른 이들의 고통을 유발하는 코골이는 수면 자세와 피로도, 비염, 선천적으로 좁은 구강구조 등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 2019년 미국에서는 자는 사람의 코골이의 미세한 진동을 센서가 감지해서 코골이를 멈추도록 등을 전기장치로 순간적으로 올려주는 스마트 침대도 나왔다. 가격이 좀 세다는게 단점.
강박증을 없애고 편안한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증의 불면증에 시달릴 경우 각성 상태에서 몸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이는 방법 또한 추천할 수 있다. 잠에 들기 몇 시간 전에 격렬한 활동으로 몸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인 뒤 따뜻한 물로 목욕하며 피로를 풀자. 하루 온종일 침대에 누워 있으면 잠도 잘 못 잘 확률이 높으며 몸이 축 처지고 무기력해지므로 좋지 않다.
평소 잠을 잘 자다가도 갑자기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끈한 우유 한 잔을 마셔 보는 것도 좋다.
잠들기 두시간 전에 소화할 수 있는 가벼운 음식으로 구기자, 무설탕 그릭 요구르트, 버진 코코넛 오일, 버섯, 호박씨, 아몬드, 키위, 타르트 체리주스, 참치, 고등어, 연어 등 숙면에 도움을 주는 오메가-3와 비타민 D가 풍부한 기름진 생선, 호두 등이 있고 캐모마일이나 루이보스, 패션플라워 허브 차등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체내에 물이 부족하면 수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너무 많이 마시면 오밤중에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하니 적당히 마시자.
그 외에는 칠면조 고기, 바나나를 먹어도 좋다. 칠면조 고기에 든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수면을 유도하는 작용을 한다. 또 닭고기나 생선과 같은 살코기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여 수면을 도와준다. 세로토닌이 체내에서 부족해지면 수면 사이클이 무너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바나나는 당뇨기가 있거나 당뇨증을 앓고 있다면 당지수(GI)가 높은 편에 속해 운동을 한 직후에는 좋은 음식이지만 자기 전에는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바나나에 든 마그네슘과 칼륨은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 몸을 편안하게 만들고 휴식을 취하는데 효과적이다.
몸의 긴장을 풀고 누워서 조용한 불경, 찬송가, 성가, 편안한 클래식 피아노 앨범이나 가야금 산조, 쿨 재즈 앨범 등을 최소 볼륨으로 해놓고 들으면서 자는 것도 추천.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침향무”, 에릭 사티의 “Gymnopedie”, 드뷔시의 “Clair de Lune”, 마일스 데이비스의 “Round about Midnight”, 빌 에반스의 “Waltz for Debby”, 팻 메시니와 “One Quiet Night”등의 앨범을 추천한다. 영국 작곡가 맥스 리히터는 현대인의 수면을 돕기 위해 2015년 8시간에 이르는 미니멀리즘 클래식 앨범 “Sleep”이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나 이루마의 앨범들도 듣기 편해서 수면 보조용으로 많이들 찾는다. # 애플 뮤직이나 스포티파이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검색하면 수면을 돕는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 플레이리스트들도 많이 올라와있다.
불면증 환자들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몽롱함 때문에 낮 시간에 커피나 에너지 음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카페인은 생각보다 오래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무리 낮이라도 마시지 않는 걸 권장한다. 설탕도 각성 작용이 있기 때문에 저녁에는 당함량이 높은 과자나 케이크 같은 음식을 피해야 한다. 마그네슘이 부족하거나 비타민D 부족도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경 억제를 시키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인 술이 고대부터 수면제 역할을 했던 물질로 알려져있다. 술을 먹으면 신경이 진정되고 억제되어 곯아떨어질 수 있다. 지금도 술로 인해서 수면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술에 취해 잠들면 장점보다 단점이 수두룩 하다. 애매하게 취하면 잠이 안 오는 건 기본, 불면증이 심하면 취했는데 잠을 못 자는 환장할 사태까지 벌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눈이 감기면 그건 자는 게 아니라 기절이라고 봐야 한다. 일반적인 수면 시의 잠의 질보다 술에 의존한 잠의 질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잠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술에 의존하는 것이 더 심해진다면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 힘들다고 술을 마시고 잠을 청하는 건, 말 그대로 인생 막장 직행 코스인 만큼 절대로 하지 말자.
예전에 호기심 천국이라는 TV프로에서 잘 때 팬티스타킹을 신고 자면 상쾌한 숙면을 취해 기상을 앞당기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아침에 너무 늦게 일어난다고 느끼면 자기 전에 팬티스타킹을 신고 숙면을 취해 보자.
환자의 가족을 위한 조언
불면증이 고통스러운 것은 본인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같이 사는 경우, 가족도 환자에게 많은 시련과 고통을 안겨준다. 환자는 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어서 고통받는 반면 가족의 입장에서는 잠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인지라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가 가정이라는 하나의 사회적/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다 보니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최악의 경우, 온 가족이 불면증에 걸려 고통받는 막장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해를 하려면 불면증을 수면 시간이 밀려난 현상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불면증은 정신적인 문제이기에, 운동 같은 몸의 활동량 부족 현상으로 발생하는게 아니다. 이런 오해로 인해 밖으로의 활동을 유도하면 피로를 강제로 유발하다간 이는 잘못 조절하면 신체도 정신도 극도로 몰리게 돼서 유사 과로로 이어진다. 차라리 태양광 발전 같이 활동하는 게 나은 편이다.
가족 중 불면증 환자가 있을 경우, 먼저 불면증 환자의 모든 행동이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수면을 충분히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어야 한다. 불면증으로 인해 충분히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시간 지속될 경우, 인간의 자기방어기제가 작용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모든 일을 과장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긴다. 이는 사소한 것에도 잔소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등의 격한 감정반응을 자주 나타내는 것으로 이어지며, 이를 곁에서 받아들여주어야 하는 가족 입장에서는 이해를 해주려야 해줄 수가 없는 이유들로 이러한 반응들을 보이기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이때 가족이 타이르려고 하거나 덩달아 화를 내며 싸우는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한 발짝 물러서서 환자를 이해해 주고 양보해 주어 환자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
불면증 환자는 기본적으로 각성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만 민감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작은 자극에 민감해진다.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까지 괴롭다. 심지어 작은 발소리에도 잠을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할 정도로 민감해지므로 환자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에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무언가 신경 쓰이는 것이 있으면 잠들지 못하기 때문에 환자가 신경 쓰는 것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불면증 환자가 잠들 때 온 가족이 다 같이 잠드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식 등의 사유로 환자가 잠든 시간에 소음을 만들거나 환자가 신경 쓰게 만드는 일이 있을 경우, 환자가 안심하고 잠들 수 있도록 사전에 '집에 늦게 들어간다'라거나 '밖에서 숙소를 잡아놓고 자고 내일 일찍 들어가니 걱정 말라'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환자들이 겪는 큰 고통 중 하나이므로 환자들에게 자꾸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환자들은 단순히 '증상이 완화되어 잠을 잘 수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수면제 등의 약물이나 각종 심리요법 등의 도움 없이 잠을 잘 수 있기를 희망하고, 치료과정이 길어질수록 치료요법에 의존하게 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므로 절대 '수면제 먹고 있으니 앞으로는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식의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대신 치료과정이 끝난 이후의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 좋으며 '잠을 푹 자게 되면 해외여행을 가자'와 같이 정상생활로 돌아온 이후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언급을 해주는 것이 좋다.
불면증은 분명히 신체적으로 증상이 있는 질병임과 동시에 개인마다 차이가 심해 명확한 정답이 없을 뿐, 분명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주변사람들, 특히 가족들의 지원과 격려가 절실하다. 가족 중 누군가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감싸 안아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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