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료에 관하여
치아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아프면 바로 치과로 달려가라. 일단 조금만 변색 돼도 치과를 찾아라. 이래야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인다. 1년에 한두 번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최선이다. 무섭다고 가만히 있으면 정말 무서운 고통을 맛보고, 무엇보다 돈이 엄청나게 깨진다. 조기치료를 했으면 5만 원으로 끝날 게 참고 참다가 500만 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게다가 치과치료는 국민건강보험이 안 되는 항목들이 많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정의 때문인데, 국민건강보험 목적을 극단적으로 말하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유지를 위한 치료가 목적이기 때문이다(또한 그 때문에 비싼 글리벡 등의 약은 국민건강보험이 되기도 한다). 국민 건강의 최소한을 보장하는 게 의료보험. 그나마 요즘은 치과 진료에 대해서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서 환자들의 부담이 조금씩이라도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까지는 잇몸 질환 치료과정의 일부일 때만 보험이 적용되던 스케일링이 2013년 7월부터는 1년에 1번까지는 잇몸 질환 및 충치 예방 차원에서 보험 적용 치료로 받을 수 있고, 만 65세 이상의 경우 임플란트, 틀니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과는 치과병의원마다 진료비가 천차만별이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도 잘 적용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치료비라는 것은 고도의 전문성에 근거한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물건을 떼어다 파는 것과는 아예 다르니까 원가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또한 치과마다 물론 가격이 다를 수 있지만, 치과마다 월세가 다르고 쓰는 장비의 가격이 다르고 경력이 다르고 종종 쓰는 재료까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치과 간의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가격 덤핑이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여러 방법으로 손해를 보전해 비용은 싸지만, 치료 개수가 늘어난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싼 데는 이유가 있다.
치과의사가 가족이거나 친구를 진료할 때는 상큼하게 원가만 받고 해결 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이는 친한 사람 간에 돈을 주고 받는 게 어색해서이지, 정말 투입되는 비용이 저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니 친구한테 불평하지 않고 얌전히 시술받자.
금 같은 충전재 가격은 싸다고 좋은 게 절대로 아니다. 아직 여론화되지는 않았지만, 가격을 마구 후려치는 금니의 경우엔 금 함유량을 낮추어서 시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물론 순수 24K 금은 치과 충전재로 못 쓰니까 합금을 쓰지만, 이때도 금이 들어가는 비율이 중요하다. 일단 순금은 충전재로는 부적합하다. 금은 워낙 약해서 깨물어도 자국이 난다. 정말 싸면 좋은데, 문제는 금 함유량을 최소한으로 낮추고 그것을 굳이 설명하지 않으며 가격을 깎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 임플란트 역시 제조사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진료비가 매우 높아서 환자에게 바가지를 씌운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치과 치료를 받을 때마다 '뭐가 몇십만 원, 뭐는 몇십만 원 어찌어찌해서 백 몇십만 원 되겠습니다!' 하는 거액의 진료비 청구를 받기 십상인 것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사람들의 씀씀이에서 과연 이게 정상적인 가격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고, 가뜩이나 비싼 진료비에 바가지까지 쓰지나 않을까 경계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치과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바가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치과 진료에 대하여 지나친 거부감을 가지고 전문가인 의사의 조언을 무조건 무시할 경우 이로 인한 피해를 보는 것 역시 환자이다.
치과에서 저렴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아말감 치료를 기피하고 이익이 많이 남는 고가의 충전재를 권유하고 있는 병원들이 많은데, 그런 병원이 상당수 있었던 것과 일부 비양심적인 병원에서 진료받고 몇천 원짜리 아말감이면 충분한데도 몇만 원, 심지어 십여만 원이 넘는 고가의 치료를 받은 피해자가 발생했던 것은 사실이고 지금도 그렇다. 그리고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 뒤 치과 진료를 받으면서 무조건 의사가 권하는 진료를 받지 않고 저렴한 아말감으로 할 수 없냐고 묻는 환자가 늘어나게 된 것은 분명히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치과 의사의 말을 맹종하는 것이 문제인 것처럼 이런 문제제기를 맹종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작은 어금니는 입을 벌리면 잘 보이는 위치니까 치아색과 비슷한 레진을 쓰라는 의사의 권유에 아말감을 고집한 환자의 사례가 있다. 미관상의 문제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거니까 환자 본인만 납득한다면 아말감을 사용해도 상관없는 문제 이긴 하지만, 문제는 얼마 후 이 환자가 너무 보기 흉해서 안 되겠다고 다시 병원에 왔다는 것이다. 결국 그 아말감은 갈아내고 레진으로 다시 때웠다...
그나마 아말감은 싸니 금전적 손실이 크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그리고 더욱 곤란한 사례로, 충치를 치료한 면적이 넓어서 금속 인레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말감 치료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아말감으로 때우면 씹는 압력을 못 버티고 깨져버린다. 병원에 따라서는 이런 상황은 치료를 거부해 버리는 경우도 있고, 일단 환자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경우도 있긴 한데... 이런 경우에는 아예 쉽게 파손되는 걸 각오하고 싼 재료로 때운 뒤에 깨질 때마다 새로 때울 각오를 한다면 이 역시 가능한 선택이기는 하다.
아말감이 워낙 싸니 이렇게 해도 금전적으로는 이익이다. 문제는 종종 아말감 보철물이 깨져서 떨어져 나왔는데 시간은 없고, 치과에 가기는 짜증나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 치과에 와 봤더니 그 사이에 충치가 악화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 충치 치료한 부분이란 게 말하자면 이에 구덩이가 파인 셈이라, 음식물이 끼고 충치가 생기기 딱 좋은 환경인 것이 문제다. 진짜 재수 없는 경우는 이러다가 충치가 치수까지 침범해서 신경치료받고 크라운을 씌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충치의 악화로 치수 감염이 일어나서 심한 통증에 시달리다가 신경 치료를 받은 환자가 신경치료가 받은 뒤에 크라운을 씌우기 싫으니 그냥 때우기만 하겠다고 버틴 사례도 있다. 신경치료 시작 전에 크라운을 씌우기 싫다고 했으면 의사는 아마 치료 자체를 거절했을 텐데, 신경치료가 다 끝난 뒤에 보철물 사용을 거절해 버린 것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치수까지 뚫어놓은 환자를 그냥 내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환자가 거부하는 보철물 치료를 억지로 할 수도 없는 실로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진 것. 문제는 왜 환자가 그리 완강히 크라운 처치를 거절했느냐는 것인데, 당시 환자가 한 이야기와 나중에 사고가 터진 뒤 더 한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이유였다.
1. 비용 부담: 이건 이해할 수 있다. 일단 45만 원이 비교적 거금이다. 그리고 전후맥락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해당 환자는 평소 치과경험이 거의 없는 환자였다.(치과 경험이 많은 환자였다면 신경치료를 받고 크라운을 씌우지 않겠다는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치과 치료를 자주 받은 사람이라면 치과 갈 때마다 목돈 깨질 거라고 체념 및 각오를 하고 가지만, 평소에 치과 진료를 받은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 한 대 고치고 45만 원을 내놓으라고 한다면 깜짝 놀라고 억울하게 느껴질 만한 것도 사실이다.
2. 멀쩡한 이를 깎아내는 것이 싫어서: 크라운을 씌우려면 이의 바깥부분을 깎아내야 하는데, 상한 부분도 아니고 멀쩡한 부분을 깎는 게 싫었다고 한다. 이 역시 이해가 불가능한 부분은 아니다. 이는 한 번 깎아내면 영원히 재생되지 않는다. 그래서 멀쩡한 이를 깎는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것들보다 더 큰 문제는 깎아야만 크라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3. 친구의 조언 때문에: 환자는 평소 친구에게 치과에 가면 의사들이 돈 벌 욕심에 바가지를 씌우려고 비싼 치료를 받으라고 자꾸 권하고 아말감같이 싼 치료방법은 온갖 핑계를 대면서 안 해주려고 하니 꼭 아말감으로 해달라고 해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여하간 이런 이유 때문에 환자는 크라운을 씌우기 싫다고 버텼고, 할 수 없이 치과의사는 치과용 시멘트로 뚫린 부분만 메꾸고 제발 마음 바꾸고 아무 때나 와서 크라운 씌우라고 조르면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환자는 일단 당장은 돈을 아끼는 데 성공한 상황. 하지만 신경치료 때문에 치질이 약해진 상황에서 크라운을 씌우지도 않고 나갔으니 이가 무사할 리 없다. 결국 치료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이가 깨졌다. 환자는 다음 날 당장 "왜 치료한 이가 깨지냐, 의료과실 아니냐"라고 치과에 쳐들어왔지만 크라운 치료를 거절한 건 본인이었으니까... 이래저래 해서 결국 깨진 이는 뽑아내고 임플란트를 박아 넣어서 해결했지만... 미국 드라마를 패러디화시킨 '치대 오지 말아요'라는 영상인데 좀 과장되어 있지만 어느 정도 치과의사들이 많이 공감하는 블랙코미디 유튜브 영상이다. 암튼 이가 아프면 곧장 치과로 달려가라. 진료를 하루만 미뤄도 일주일이나 한 달을 다녀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진료를 미룰수록 공사가 급격히 커진다.
실력 없고 겉만 번지르르한 치과에서 몇백 단위로 깨질 것이 좀 허름하고 낡아 보이지만 실력 있고 확실한 병원에서의 몇만 원만 못 하는 경우도 많다. 대신 여러 곳을 둘러보고 제일 좋다 싶은 곳을 찾으면 그곳을 단골로 삼는 것이 좋다. 일단 한 병원에 계속 다니면 그 병원에 자신의 진료 데이터가 쌓이니까 상태를 파악하여 치료하는 데 유리하고, 예방적 진료를 하기 편하며, 뭣보다도 가격절충을 비롯한 서비스가 좋은 경우가 많다. 무서운 진료비를 생각하면, 정말 큰 매력이다. 신경치료 2만 원 + 크라운 40만 원 정도 하는 치료에서 단골 환자에게는 신경치료는 그냥 서비스인 셈 치고 크라운 값으로 35만 원만 달라고 한 사례가 있다. 한 대당 대략 7만 원씩 아낀 셈인데... 단골 치과가 생길 정도면 크라운 치료를 여러 대했을 테니 몇십만 원 아낀 셈이다. 물론, 그러면 그 치과에만 이 치료비로 몇백만 원을 쑤셔 박은 거지 어떻게 몇십만 원을 아낀 거냐고 억울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치료 안 하고 버틸 것이 아닌 이상에는 어차피 쓸 돈, 그나마 적게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치과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로 '치아/잇몸 치료만을 위한 곳'이 있다. 물론 치아와 치주 부위의 치료가 치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하지만, 치과에서 다루는 분야는 이 외에도 다양하다. 치아 외에도 전반적인 구강 및 악안면 질환을 치과에서 담당한다. 가령 어디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 애매한 질환인 구내염도 치과의 전문 분야인 구강내과에서 치료하는 질환이다(정확히는 이비인후과의 두경부외과와 겹치므로 치과에서'만' 치료하지는 않는다).
또한 얼굴뼈, 특히 턱뼈는 치과의 전문 분야인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책임진다. 예를 들면 그 드라마틱한 얼굴형 변화 때문에 성형수술의 끝판왕으로 여겨지는 양악수술은 원래 턱뼈 기형이나 부정교합을 치료하는 치과 시술이고, 실제로 양악수술을 전담하는 쪽은 성형외과가 아니라 치과 분야에 속하는 구강악안면외과다. 양악수술 자체가 상당히 큰 수술이라서, 일반적인 동네 치과에서는 불가능하고 턱뼈 전문병원이나 구강악안면외과가 있는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치과의 이미지가 덜한 것.
한국의 치의학 교육은 현재 대학 학부와 전문대학원 병행 체제이다. 자세한 것은 치과대학 참고. 치과는 의과와 분리되어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치대가 의대와 따로 존재하고, 면허도 따로 나오고, 협회도 따로 있다. 치과는 구강악안면외과라는 전문 과목과 치과보철과, 보존과, 치과교정과 등의 전문 과목으로 봤을 때 흉부외과, 신경외과처럼 외과의 한 부분이지만 분리되어야 하는 독립과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은 한국처럼 치과와 의과가 분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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