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의 장대한 역사는 미국 남북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대에서는 흔하게 술을 지급했는데, 미 육군에서 술에 취한 병사로 인한 사고가 잦자, 술 보급을 없애고 커피 보급으로 변경하게 된다. 처음에는 로스팅한 뒤에 분쇄해서 지급했으나, 군납업자들이 커피에 모래를 섞어서 양을 늘리는 군납비리를 저지르는 바람에 병사들의 불만이 폭발하자 아예 로스팅도 하지 않은 생두 상태로 보급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북군의 야영지에서는 밤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로스팅하고 커피를 끓이는 모습이 흔했다고 한다.
문제는 집에서도 이렇게 먹자면 귀찮아 죽는데, 전쟁통에 먹기 힘들다는 것. 게다가 상하기 쉬운 우유도 군대에 보급이 되지 않았다. 그런 수요를 반영해서 커피와 연유를 섞어서 졸인 것이 군인들을 대상으로 납품되었는데, 여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마시면 커피가 완성되는 형식이었다. 형태는 지금과 많이 다르지만 이것이 최초의 인스턴트커피이자 커피믹스다. 다만 이 물건이 전쟁통인걸 감안해도 징그럽게 맛이 없었던지라 군인들도 썩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며, 전쟁이 끝나자 남부동맹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참고로 남군은 북군의 해상봉쇄로 인해서 커피도 구하지 못하고, 연유공장이 북부에 있었던 탓에 우유도 보급받지 못했다. 그래서 식후에 고구마를 태운 다음에 거기에 물을 부어 먹었다고 한다. 자료에 따라 민들레 뿌리나 도토리 태운 걸 우린 버전도 언급된다. 목숨을 걸고 북군 진영까지 기어가서 커피를 얻기도 했는데, 남부산 담배가 질이 좋았기 때문에 주로 담배와 커피를 교환했다.
그리고 제1차 세계 대전 때, 연유보다 군대에 보급하기 쉬운 분유가 탄생한다. 그리고 미국의 초대 대통령과 동명이인인 조지 워싱턴이라는 사람이 인스턴트 커피를 개발하여 군 보급물자로 납품하여, 참호전에 지친 병사들의 마음을 달래며 인스턴트커피가 퍼지게 된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 때, 혈장보존을 위해 개발한 동결건조 기술을 커피와 우유를 동결건조시키는 데 사용하면서 인스턴트커피와 분유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게 된다.
그리고 1976년 한국의 동서식품이 봉지 하나에 1회 분량을 섞어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1인분 포장 스타일의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관련 자료)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제품 포장에 이를 표기하고 있다. 2017년 대한민국 특허청 설문조사에서 한국을 빛낸 발명품 10선 중 커피믹스가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 커피믹스는 직사각형이었으며, 이후 우리가 아는 막대형으로 개량되어 나오게 된다. 이후 90년대 말에 각지에 정수기가 보급되면서 온수를 어디서나 구하기 쉬워졌고 커피믹스의 확산은 가속화된다.
2000년대 들어서 손으로도 쉽게 믹스를 뜯을 수 있는 포장이 등장했다. 한 두 잔 탈 때도 그렇지만, 접대용으로 열댓 잔씩 탈 때 특히 편하다. 2010년도 들어서는 프림, 우유 등 크림 성분을 일절 넣지 않은 커피믹스, 이른바 블랙믹스 또는 믹스블랙커피도 흔해졌다. 대부분은 열량 문제로 인해 블랙믹스를 찾는 사람들. 우유를 마시지 않는 채식주의자들도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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