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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

골프황제 타이거우즈와 그의 유일한 라이벌 필 미켈슨

by 『Moongchiⓝⓔⓦⓢ』 2023. 6. 17.

지난 20여 년간 남자 골프계를 대표하는 선수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십중팔구 '타이거 우즈'라는 이름이 나올 것이다. OK, 그건 알고 있고 또 한 명만 더 대본다면?이라고 질문하면 여기서는 최소 50% 이상의 지분이 이 선수에게 주어질 것이다. 바로 필 미켈슨.

 

 



흑인과 백인, 우타자와 좌타자, 차갑고 냉정한 카리스마와 서글서글한 미소의 팬 페이보릿 플레이어, 맹렬한 어퍼컷 세리머니와 차분하게 엄지 손가락만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 둘은 여러모로 비교가 많이 된다. 나이로 4살이 위인 필이 업계 선배이긴 하지만, 역대급 선수인 후배 덕에 많은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선후배 사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


마치 살인사건 공판장 같은 타이거의 인터뷰장은 수 많은 프레스가 집중하지만 그다지 재미있는 뉴스거리는 나오지 않는다. 웃으면서 기자 회견장에 등장하는 필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나 기타 다른 골프계 이외의 이슈를 언급하며 주위를 환기시킨다. 타이거만큼 프레스가 집중되지 않지만 언제나 그의 인터뷰장은 활기차다.

국내 유일의 PGA 투어 정규 대회 'THE CJ CUP @ NINE BRIDGES(이하 THE CJ CUP)' 2라운드가 18일 제주도 서귀포 클럽 나인브릿지에서 열렸다. 18홀로 이동하는 필 미켈슨이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타이거는 경기 중에 사인을 해주거나 갤러리와 하이파이브조차 하지 않으나, 필은 미국이건 어디건 본인을 보러 오는 이들에게는 늘 넉넉한 미소로 싸인도 해주고 악수도 해준다.

역대급 대학 선수인 필이 프로에 적응하는데는 약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으나 타이거에게는 6개월조차 필요 없었다. 둘 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뛰어난 퍼포먼스로 무장된 선수이기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사실 팬, 그리고 매스컴의 관심, 골프 역사에서의 위치 그 어느 것을 비교해도 필은 타이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


PGA는 언제나 둘을 벤 호건 vs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 vs 아널드 파머와 같은 라이벌리로 묶으려 하지만 일단 골프를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 둘은 라이벌이라는 이름으로 묶기에는 지금까지 쌓은 업적의 차이가 꽤 있다는 것을. 심지어 필의 커리어도 역대급이다. 단지 타이거의 존재감이 그 이상으로 거대할 뿐.

2004년 라이더컵

2004년 라이더컵에서의 이슈로 한때 둘은 서로를 외면한 적도 있었다. 2005년과 2006년, Masters Tournament에서 서로가 그린 재킷을 입혀주는 상황도 연출되었으나 둘은 서로를 친근하게 대하지도, 아니 아예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타이거가 스캔들로, 필이 가족사로 인해 인생의 쓴맛을 보면서 둘은 조금 가까워졌다. 타이거에게 첫 딸이 태어났을 때 필이 탁구대를 보낼 정도로 둘을 둘러싼 전반적인 상황은 부드러워졌다.

2005년 우승자인 우즈가 2006년 우승자인 미켈슨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는 장면

 


어떤 면에서 둘의 관계는 배트맨과 조커 같다. 서로가 상대의 가진 면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분명 필은 자신을 뛰어넘은 타이거의 업적과 15번의 메이저 타이틀(특히 U.S Open!)이 부러울 테고, 타이거는 필이 전방위적으로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는 인간적인 매력을 훔치고 싶을지 모른다.

아래 영상은 타이거와 필이 라운드 파트너로 맞이했을 때의 일이다. 어느 정도 둘의 캐릭터가 잘 나오는 (심지어 재미있는) 영상이니 한 번 감상해 보자.

 

https://youtu.be/WdUxrKiH6 So

"알아, 다 안다고" 필의 유머 감각이 빛나는 씬

 

2002년 Tour Championship에서 있었던 일로, 필이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하기 전의 일이다. 대회 참가가 곧 우승을 의미하던 시절인 타이거와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운데, 거기서 장내 아나운서가 타이거의 최신 커리어를 저렇게 길게 읊어 대니 필 입장에서는 농담 삼아서라도 한 마디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라이더컵에서 시즌 성적에 따라 뽑는 선수에 선발되지 못한 우즈는 단장 데이비스 러브3세의 보좌역인 부단장으로 팀에 합류

 

지난 라이더컵에서 미국의 승리를 가져오기 위해 타이거는 부단장으로서, 필은 선수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기간 동안 둘은 대화하며 웃는 모습을 자주 연출하기도 했다. 서로를 의식하며 살아왔던 지난 세월도 모두 부질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서로를 편안하게 대하게 된 듯하다.

둘의 지난 20년 간의 기록을 비교하며 관련 항목의 글을 마치도록 한다. 기준은 2019년까지이다.

 

  • 메이저 우승 횟수: 타이거 15회 vs 필 5회
  • WGC 우승 횟수: 타이거 18회 vs 필 3회
  • 세계 랭킹 1위: 타이거 683주 vs 필 - (세계 2위를 270주간 했는데 이건 역대 1위)
  • 통산 우승 횟수: 타이거 107회 vs 필 51회
  • 우승 상금: 타이거 113,663,768달러 vs 필 90,513,535달러
  • TOP 10 횟수/참가 경기: 타이거 197회/356회 vs 필 195회/611회
  • 1대 1 대결: 타이거 17승 4 무 14패 우세

2018년 Masters Tournament 연습 경기


친구보단 라이벌이었고, 친근함보다는 날카로운 이미지가 강했던 둘 사이지만 2018년 Masters Tournament를 앞두고 연습 경기에서 포볼 게임의 한 조를 이뤄 플레이하는 흔치 않은 광경을 선보였다. 둘 다 세월 속의 풍랑을 거쳐 정신적으로 더욱 성숙해진 뒤 자신에게 있어서의 서로의 의미를 이해한 듯한 느낌. 2019년 기준 Masters Tournament 8회 우승(타이거 5회 + 필 3회)에 빛나는 리빙 레전드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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