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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설명 -

날고 있는 비행기 문이 왜 열렸을까? (아시아나항공 8124편 개문/문열림 착륙 사고)

by 『Moongchiⓝⓔⓦⓢ』 2023. 5. 28.

사고 4개월 전 김포국제공항 에서 찍힌 사진

 

아시아나항공 8124편 개문/문열림 착륙 사고는?

제주에서 대구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8124편 항공기가 착륙 직전 승객 한 명이 비상구를 무단으로 조작해서 비상구 출입문이 개방된 상태로 착륙한 항공사고다.

대한민국 민항기 역사상 최초의 공중 출입문 개방 사고이다.

 

 

 

 

 
2023년 5월 26일 오전 11시 58분쯤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8124편에서 비상구 좌석(31A)에 앉은 30대 남성이 비상구 문을 열어 착륙 직전 약 700피트(약 200m) 상공에서 문이 열린 채로 비행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항공편은 북서쪽 활주로인 13R로 접근하여 착륙하던 중이었다.

다행히 추락사고 없이 전원이 생존하여 대구국제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 착륙 직후 소방대와 경찰이 출동하여 사고 비행기를 수습했고, 탑승객 중 9명(육상선수 8명과 지도자 1명)이 호흡곤란, 메스꺼움, 어지러움, 구토, 손발 떨림 등을 호소해 119 구급대로 인근병원에 후송됐다. 경찰은 비상구를 임의조작한 용의자를 긴급체포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후송된 탑승객은 전부 경상 자고 과호흡 증후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23년 5월 26일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던 아시아나 8124편의 비상문이 착륙 직전에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시아나와 경찰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비상문은 30대 남성 승객이 (이유가 무엇이든) 고의로 열었고 이 과정에서 내부로 강한 바람이 유입되어 승객 여러 명이 큰 충격을 받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승객이 착륙 도중 문을 여는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문 아래쪽에 비상시 펼쳐지는 탈출 슬라이드가 뜯겨나간 모습이 보인다.

 
사고 기종은 에어버스에서 만든  A321  기종이고 열린 문은 맨 앞에서부터 3번째 왼쪽 문이다.

좀 더 짧은  A320 기종과 달리 이 기종은 비상문이 승객이 타고내리는 출입문과 거의 동일한 구조로 돼 있다. 

출입문을 열려면 커버를 젖히고 레버를 위로 들어올려야 한다. 

문을 열 마음을 먹었다면 쉽게 열 수 있지만, 실수로 문을 열기는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사고기 동일 기종인 A321 의 비상문 내부 모습.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한 분 중에는 승객이 그렇게 문을 쉽게 열 수 있냐. 비행 중에 문이 열리는 게 가능하냐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일수 있다.   
그런데 그게 된것이다. 

그래서 이번 ‘날飛’에서는 이런 상황이 왜 가능한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 사고기. 아래 뜯겨나간 부분은 비상탈출 슬라이드(미끄럼틀)이다.

 
먼저 승객이 그렇게 문을 쉽게 열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해당 승객이 열어젖힌 문은 출입문이 아닌 ‘비상문’이다. 

그리고 비행기 비상문에는 사고가 났을 때 승객들이 빠르게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문 여는 법까지 빨갛고 큰 글자로 붙어있다.

 

비상구에는 사진처럼 빨간 글자로 커다랗게 문 여는 법이 표시돼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비행기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승객 전원이 90초 이내에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만약 승무원이 비상문을 승객이 모르는 방식으로 잠글 수 있다면 사고로 모든 승무원이 유고(有故)인 상황일 경우 꼼짝 못 하고 갇힐 수밖에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비행기 비상구는 승객이 직접 열 수 있게 돼 있다.

 

에어버스 항공기에서 비상시 승객 탈출 시험을 하고 있는 장면. 만약 90초 안에 모든 승객이 탈출하지 못 하면 그 비행기 기종은 운항할 수 없다.

 
그럼 이렇게 문이 쉽게 열리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높은 고도에서도 쉽게 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답은 어렵다는 것.

비행기 안과 밖의 기압차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모든 문은 기압차를 안전장치로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A321  비상문의 경우 높은 하늘에서는 기압차 때문에 레버 자체를 위로 들어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 
 
A321 의 문은 대략 가로 1m, 세로 1.8m 크기다. 

비행기의 객실 기압(약 800 hpa)과 외부 기압(약 400 hpa, 국내선 통상 고도인 7000m 기준) 차이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 기압차 환경에서 이 크기의 문을 강제로 열려면 7t이 넘는 힘으로 레버를 잡아당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행기가 운항할 때 기내와 외부의 기압차를 대략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프. 순항 중에 기압차가 가장 크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행기가 거의 착륙 직전이어서 고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발표 내용을 보면 문이 열린 시점에서 비행기 고도는 약 200m(800피트)였다. 

비행기 안팎의 기압차가 거의 없는 높이다. 

우리가 200m 높이의 산에 올랐다고 해서 공기가 희박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과 같다. 

리고 당연히 기압차를 안전장치로 하는 비상구도 구조상 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객실승무원 교육을 위해 에어버스 항공기의 문을 여는 방법을 설명하는 장면. 높은 고도에서 기압차가 커지면 사진 속 교관이 잡은 레버를 위로 들어올리는 행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에어버스 홈페이지 캡처

 
 
이번 사고의 경우 비행기 안팎의 기압차가 없었기 때문에 문이 열렸다고 사람이 빨려 나가는 상황까지는 생기지 않았다. 

문제는 속도였다.

우리가 타는 민항 여객기는 하늘을 날 때 아무리 느려도 시속 250km는 가뿐히 넘어간다.

고속으로 달리는  KTX  유리창이 뜯겨나간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착륙하는 아시아나 A320 항공기. 비행기가 가장 느린 시점인 터치다운(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때도 속도는 시속 250~300km 정도다.

 
비행기를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비행기 사고가 나지 않은 이상 일반 승객이 출입문을 만지면 절대로 안된다.

비행 중이 아니라 비행기가 땅에 정지해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계속 말한 대로 비행기에는 기내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고, 이 장치들이 어떤 이유로 비행기가 땅에 정지해 있을 때도 작동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을 강제로 열 경우 문이 바깥으로 펑 하고 튀어 나가듯 열려서 비행기 안팎에 있는 사람이 다칠 수 있다.

실제로 객실승무원들도 출입문을 열 때는 기압에 이상이 없다는 조종사의 확인을 받은 후 비행기 바깥의 지상조업자와 문에 있는 창문으로 수신호를 주고받은 뒤에야 문을 여는 절차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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