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병역
한국의 프로 기사들에게 처음부터 예술체육요원 자격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 바둑의 역대 일인자인 조남철-김인-조훈현 모두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쳤으며 서봉수, 유창혁 등도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일본에서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던 조치훈의 경우만 유일한 면제였는데 조치훈 본인은 국민학교도 얼마 못 다니다가 중퇴했기 때문에 면제였다고 밝혔다. 조훈현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중학교까진 마쳤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이 한국기원 4대 이사장을 지낸 적도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시기였기에 나타났던 정계유착의 일환이었지만, 어쨌든 당시 지배층들 가운데서도 바둑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바둑계 또한 그 혜택(?)을 보았다.[49] 물론 지금 시대에 이런다면 당연히 형평성 문제 등으로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1. 예술체육요원 자격 부여
프로기사들의 예술체육요원 계기를 제공한 것은 바둑기사 이창호였다. 1993년의 이창호는 국내기전 12관왕, 연간 90승으로 당시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데다 국제기전에서도 조치훈에게 3:0 영봉승을 거두면서 동양증권배 2연패에 성공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창호가 신검을 받고 입대 영장이 나오는 1994년 7월이 되자 바둑계는 패닉에 빠졌다.
결국 한국기원 기사회 차원에서 '체육의 경우 국제경기 입상자는 예술체육요원이 있는데 바둑인은 그런 게 없다'며 국회에 프로 기사의 예술체육요원제도의 확대 적용을 청원하였고, 105명의 국회의원이 여야 합동으로 진정서를 내면서 일사천리로 이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 법은 일명 '이창호法'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이창호가 최초로 그 혜택을 받았다.
한중일 바둑 삼국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판단한 국제기전을 하나씩 선정하여 병역 특례를 줬다. 이것은 바둑을 예술로 보고 병무청에서 지정하는 국제 예술 대회 2위 안에 드는 사람에게 예술체육요원을 주는 것을 적용한 것이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국제기전으로는 동양증권배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IMF 사태로 대회가 중단되었다. 이후 삼성화재배나 LG배 가운데 하나의 기전을 정해 대체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2008년에 바둑이 체육특기로 분류되면서 없는 일이 되었다.
중화권에서 개최하는 기전으로는 응씨배가 있는데 엄밀하게 중국이 아니라 대만 개최의 기전이므로 '중화권'의 개최 기전이다. 또 일본의 기전에서는 후지쯔배가 선정되었다. 이 3개의 대회에서 2위 이내(우승 또는 준우승, 즉 결승에 진출하면 혜택이 부여된다.)를 기록한 기사들은 모두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동일한 수준으로 예술체육요원이 되었다. 4주 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한국기원에서 예술·체육분야의 일환으로 복무하게 된다.
동양증권배 특례자 (1997년 경 외환위기가 발생하여 대회가 없어졌다.)
- 이창호(3, 4회 동양증권배 우승)
응씨배 특례자
- 최철한(5회 응씨배 준우승, 6회 응씨배 우승)
후지쯔배 특례자 (2011년을 마지막으로 대회가 없어졌다.)
- 송태곤(16회 후지쯔배 준우승)
- 박영훈(17회 후지쯔배 우승)
- 박정상(19회 후지쯔배 우승)
2. 예술 분야에서 체육 분야로 변경
2009년부터는 대한바둑협회가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로 인정받고 또 바둑이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종목으로 채택됨에 따라 체육특기로 분류되어 여타 스포츠와 같이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 메달 획득 규정과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예술요원 제도는 적용되지 않게 되었고 체육요원 제도가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2009년 후지쯔배에서 우승한 강동윤은 선배들과는 달리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고, 그 대신 201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병역 혜택을 받았다.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 특례자.
- 강동윤 - 남자 단체전 금메달.
- 박정환 - 이슬아 初단(당시 기준, 현재 은퇴)와 같이 혼성 페어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또한 남자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며 2관왕이 되었다.
- 조한승 - 남자 단체전 금메달. 조九단의 경우에는 이미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단체전 우승 뒤 바로 보충역 예술체육요원(병역)으로 바뀌게 되었다. 금메달 획득 당시 말년 병장이었다.
참고로 이미 병역 문제가 해결된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과 처음부터 병역 의무가 없는 혼성 페어 이슬아는 모두 합법적 병역 브로커에 이름을 올렸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이세돌 九단이 바둑을 잘 둬서 예술체육요원로 병역면제를 받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학력에 의한 면제(초졸-中3 자퇴)이다. 비슷한 경우로 목진석 九단(중퇴)이 있다.
바둑이 올림픽에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2014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후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정확하게 나온 바 없다. 바둑계에서는 바둑이 아시안 게임에 다시 합류하지 못한다면, 이전의 이창호法 체제로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도 종목이 제외되었는데, 다시 중국에서 실시하는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나 다시 바둑이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그 와중에 국방부는 대체복무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덕분에, 더욱더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바둑-체스-샹치가 정식종목에 추가되었다. 대체복무제도가 존치된다면, 프로 바둑기사들의 병역면제 기회가 한번 더 부활하게 된다.
3. 해군의 바둑 특기자 모집
아시안 게임에서 바둑 종목이 제외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로 바둑계가 불만을 표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바둑계는 이전의 이창호法 체제로 되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일단은 해군에서 바둑 특기자를 선발하고 있다. 해군에 복무하면서 바둑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둔 상태다. 해군 신분으로 대회참가해 맥심커피배 준우승을 차지했던 홍성지 9단이 대표적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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