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보러 갔다가 너무 마음에 들어 가계약금을 걸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돈을 덜컥 보내고 나니 마음이 바뀌어 돌려받고 싶은 상황도 생길 수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내가 보냈던 가계약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는 A씨는 최근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매수인이 나타나 먼저 계약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A씨는 매도인 B씨의 은행 계좌를 받아 당장 가계약금 500만원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이를 알게 된 A씨의 배우자가 더 좋은 집을 찾아보자며 계약 취소를 권했습니다. 마음이 바뀐 A씨는 가계약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는데요. 과연 A씨는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민법상 구두계약도 계약! 가계약금도 ‘유효’하다고 봐
가계약금이라는 말은 원래 민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정식 부동산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매물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선지급할 때 가계약금을 지급하게 되는데요. 가계약금을 걸었다면, 계약서를 아직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구두계약만으로도 계약이 성립,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취소하기는 쉽지 않다고 많이들 생각합니다.
민법 제565조 제1항 및 민법 제398조 제4항에 따라 계약 당시 계약금 또는 보증금 명목으로 교부한 때, 다른 약정이 없다면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계약금은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의 기준이 됩니다. 가계약금을 계약금과 같이 본다면, 해약금 법리가 적용돼 지급했던 가계약금을 포기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계약 성립하지 않으면 반환한다는 특약 있었다면 돌려받을 수 있어
그러나 가계약금도 아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돌려받는 것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민법에 존재하지 않는 가계약금이란 단어는 목적과 유형이 다양해 법적 성질과 효과를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운데요. 가계약금은 해약금, 증거금, 위약금의 성격을 모두 가지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때가 있습니다.
먼저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본 경우입니다. 법원 판례에서는 가계약금을 보낼 때 매매 물건이나 대금, 계약일, 중도금 및 잔금일 등 중요 사항을 합의하지 않고 우선 지급한 경우나,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가계약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을 해약금 약정(특약)한 경우 반환 받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1다248312 판결). 또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본다는 약정이 있었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가계약금은 매수인이 스스로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반환 받을 수 있다는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2다247187 판결).
두 번째로 가계약금을 계약금의 ‘일부’로 본 경우입니다. 가계약금을 보낼 때 계약금 전액을 바로 보낼 수 없어 일부만 먼저 입금했다면, 이는 청약의 ‘증거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향후 본계약이 체결되면 나머지 계약금을 충당하기로 했는데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본계약의 구속을 받지 않는 결과로 원칙적으로 지급한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보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한 쪽의 사정으로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을 특약에 넣었다면, 계약 파기 시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를 입혔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계약서를 썼거나, 가계약금만 먼저 보낸 경우에는 위약금으로 보지 않아 반환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 반환 받기 위해서는 지급한 가계약금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없었다는 점, 가계약금에 대한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매수인이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합의 없이 가계약금만 먼저 보냈다는 문서나 통화 녹취,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같은 증빙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결론
지금까지 매수자가 보낸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계약금을 보내기 전 여러 번 생각한 뒤 의사 결정을 진행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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